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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생활 Expat life/말레이시아 in Malaysia

[말레이시아 일상] 맹장,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 🏥 말레이시아에서 맹장 수술 / Columbia asia hospital PJ

by ☁Silverain☁ 2022. 3. 6.

월요일 저녁으로 반계탕을 먹고 배가 살살 아프길래, 너무 과식했나? 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평소처럼 잠에 들었는데, 밤 1시쯤 복통 때문에 잠에서 깼습니다

처음엔 체를 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오른쪽 아랫 배가 쥐어짜듯 아프기 시작했고, 이 복통은 맹장이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유치원 시절부터 평생을 배탈과 씨름하며 살아온 사람이라서
오른쪽이 아프면 맹장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았는데요...
막상 맹장이 유력한 상황이 되니, 걱정과 두려움에
이건 맹장이 아닐거야 하면서 자기 최면을 걸더라구요.

암튼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복통에 그 새벽에 정말 혼자서 쌩난리를 쳤답니다...
거실까지 기어나가서 끙끙 거리다가 토를 세번정도 하고,
침대에 눕지도 못하고 바닥에서 구르다가
결국 네이버에 맹장을 치고, 영어 학명을 확인한 뒤...
남자친구에게 Appendix니까 앰뷸런스를 불러달라고 했어요

근데 남자친구가 저보다 패닉에 빠져서 앰뷸런스를 안불렀어욬ㅋㅋㅋㅋㅋ
그리고 저도 너무 아파서 뭐 계속 불러달라고 할 정신도 없었고
1시간 자다가 아파서 깨다가, 그런 상태를 밤새 겪었습니다;

그리고 화요일 아침에 눈을 떴는데...
걸을 수가 없고, 속에서 쥐어짜는 복통이 계속 되는거예요
근데 엎드려 누우면 배에 통증이 하나도 없어서
엎드려서 잠만 잤어요. 24시간을 잠만 잔 것 같아요...

그렇게 화요일을 보내고, 수요일도 침대에서 누워서 보내고
목요일엔 걸을 수가 있어서 회사에도 다녀왔고요;
물론 허리를 굽히고 걸었습니다
이때쯤 되니까 이게 맹장이 아닌게 아닐까? 하는 헛된 희망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와중에 화, 수요일은 초코렛 우유만 마시고 아무것도 못먹고
목요일에는 죽지 않으려고 쿠키 한조각을 먹었어요...

미련하게 그렇게 살다가,,,
한국과 말레에 있는 주변 분들이
정말 더 아프기 전에 빨리 병원에 가라...
오늘은 병원에 갔나요? 하며 저를 다독여주신 덕분에...
그래 아파도 왜 아픈지는 알고 아파야지ㅠ 하면서 금요일 아침에 드디어 클리닉에 갔어요

1083번이라서 대기 중
제 차례가 되어서 들어갔고,
언제 아팠고 토했고 뭘 마셨고 어떤 통증이 있었고... 를 적어놓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타임라인 메모를 보면서 설명드렸더니
의사선생님이 "너 원래 이렇게 써놓니?" 하셨는데
"아니요 보통 배탈이 아닌 것 같아서..." 하며 멋쩍게 웃었습니다...ㅎ

암튼 침대에 누워서 배를 이곳 저곳 눌러보시던 의사선생님은
단호하게 "it's appendix" 라고 제가 제일 듣기 무서웠던 말을 하셨어요...
맹장은 영어로 아펜딕스.. 평생 못잊어......

그리고 속전속결로 리퍼럴 레터 써줄테니까 저는 오늘 당장 응급실에 가야한다고...,,,
레터를 받고 허무하게 집에 왔습니다... 입원 짐 챙겨야지요.

집에서 간단히 짐을 챙겨서, 룰루랄라 입원길~^^
이때쯤 되니까 그냥 모든걸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생에 첫 수술을 말레이시아에서? 응 그래 하지 뭐...ㅎ
근데 그게 맹장? 응.. 그래 떼지 뭐...
수술비? 몰라 시ㅂ 회사가 알아서 하겠지...

콜롬비아 아시아 PJ 응급실에 왔고,
보험 확인 후 간단한 서류 접수 후 병상에 누울 수 있었습니다

우선 피검사를 하고, 진통제와 항생제를 주셨어요
의사분이 오셔서 배를 눌러보시고는 아펜딕스가 맞다고
CT를 먼저 찍자고 하시더라구요. 기다렸습니다.

또 기다렸고... 또 기다렸고... 한참 기다린 끝에 CT 촬영을 하러 갔어요

이런 저런 촬영 사전 작업들(수치스러웠음)을 해주시고 기계에 누웠고요
조영제가 들어가고 조금 어지럽고 목이 차갑고... 뒷목이 간지럽고...
오줌이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기계가 움직이길 기다렸는데 기계가 안움직이는거예요?
그러더니 직원분이 들어오시더니
"미안 지금 기계가 정상 작동을 안하네, 오늘은 못찍겠다...근데 너 얼굴이 왜그래?"
하고 나와서 거울을 보니까 이마와 입 주변, 목에 모기물린 것 마냥 알러지가 올라와있더라구요

제가 조영제 알러지가 있다는 것을 이렇게 알게 되었습니다...

순식간에 CT실이 응급하게 돌아가곸ㅋㅋㅋ
저를 의자에 앉히시고 누군가는 스테로이드를 놔주시고
누군가는 옆에서 혈압을 재시고ㅋㅋㅋ
어떤 아저씨는 갑자기 휠체어를 끌고 오시곸ㅋㅋㅋㅋㅋㅋ

다시 이렇게 더 응급한 환자가 되어서 응급실로 돌아왔어요...
다행히 스테로이드 덕분에 알러지는 금방 가라 앉았어요
조영제는 영어로 contrast... 또 이렇게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이 때쯤 한국에 계신 부모님한테 말을 했어요
아프다는 말 잘 안하려고 일부러 얘기를 안했는데
수술을 하게 생겼으니까 이건 말해야겠다 싶어서ㅠㅠ

이렇게 조영제 맞고 알러지 올라온 사람으로
응급실에서 한... 3~4시간은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사람이 정말 없어서.. 응급실이 이렇게 한산하니,
아픈 사람이 없다는 뜻이니까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는데
3~4시간 동안 정말 어린 아기 환자도 왔고,
심폐소생하며 들어오신 어르신도 있었고요...
나중에 천이 덮여서 나갈 때에는 누군지도 모르시는 분이지만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고 기도도 했어요...

응급실 들어온게 12시쯤 이었을텐데...
저녁 6시쯤? 다 되어서야 피검사 결과를 들고오신 의사분께서
정상인의 수치는 5미만인데, 너는 지금 120이야...라고 하면서
CT는 못찍었지만 맹장이 맞으니까 오늘밤에 바로 수술하자...고 하셨어요
네네.. 그러시죠... 그리고 또 하세월 기다림.
왜냐면 보험사 승인 레터가 나와야 하거든요.
오랜 기다림 끝에 승인이 났고, 저녁 8시쯤 병실로 이동했어요

이렇게 귀여운

애기 방으로 왔답니다 하하하

수술은 9시였어요. 미리 수술복도 입고... (알고보니 거꾸로 입음)
며칠 편히 못걸어다닐테니 여기저기 빨빨거리며 돌아다녔어요

그러다가 8시 반쯤 간호사분들이 픽업오셨어요
수술실로 침대를 타고 이동했고...
수술 진행하는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이름이 뭐녜서 "은비 퀀" 했더니
한 3초정도 서류만 보시고 정-적 이었어요...
옆에 간호사님이 "Korean"이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얼음땡 하시더니
"아하 말레이시안 이름이 참 요상하다 생각했네!" 하며
토끼같이 충혈된 눈으로 절 보며 웃으셨어요... 선생님 많이 피곤해보이셨습니다....

암튼 수술실에 들어갔고... 전신 마취가 되었고...
진짜 눈 뜨니까 회복실이었습니다..ㅋㅋ

두꺼운 이불로 저를 꽁꽁 감싸주신 간호사님들... 감사해요...

병실 돌아오자마자 엄마한테 전화하고...
어무니가 수술 가기 전에 간다고 말하라고 하셨는데
간호사님들이 급하게 데려가주셔서 말할 새가 없었거든요...ㅋㅋㅋㅋ

항생제와 진통제를 맞고... 배에는 호스를 달고 있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맹장이 안에서 터졌었대요 이미ㅋㅋㅋㅋㅋ ^_ㅠ

복강경 수술이어서 왼쪽배에 구멍하나, 배꼽에 하나, 오른쪽에 구멍하나가 있는데
그 중 오른쪽 구멍에 호스가 달려 있었습니다...ㅎㅎ

다음날 아침이에요. 여기는 뭐 방귀 뀌었나 물어보는 일도 없이 바로 밥 주고 하더라고요...?

커텐도 아기자기...

담당 의사선생님이 짧은 회진을 하고 가셨는데
안에서 맹장이 터졌고 떼어낸 맹장이 진짜 엄청 컸다고 하면서
사진을 보여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혹시 이거 찍어도 될까요" 했더니
바로 에어드랍으로 쏴주셨습니다
혹시 맹장 사진 궁금하신분 갠톡하세여^^ㅋ

점심 쯤엔 남자친구가 드라이 샴푸를 갖다주러 잠깐 들렸어요
코로나때문에 로비에서만 손님을 만날 수 있어서...
호스 끌고 어기적 어기적 로비로 갔어요
호스 연결한 부분이 걸을 때마다 너무 아파서 ㅠㅠ 힘들었습니다..

로비에서 수술 해주신 의사선생님과 나홀로 통성명도 했고요
닥터 티에 히엥 카이? 워떻게 읽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닥터 총 훙 웽 선생님은 응급실에서부터 봐주신 분이라서, 후속 진료도 이 선생님께 보러 갑니다...

엄마아빠 걱정하실까하여 병원 이곳 저곳 사진도 찍어보고요

바깥도 구경하고 병상으로 돌아갔어여

점심은 죽이었어요
죽도 맛있었는데 이날따라 수박이 참 맛있더라구요

간식도 챙겨주시는 병원...
쫠깃한 빵이랑 코코아

이건 저녁이었어요. 원하는 종류를 미리 선택하게 해주셨는데
차퀘이띠아오 면을 골랐더니, 요런 슾과 면이 따로 왔네요... 솔직히 너무 맛있었음;

병원에선 딱히 걸으라고 하진 않았는데....
한국은 맹장수술 하고나면 걷는거하고 방귀가 필수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걸으려고 했는데
호스 꼽아놓은게 너무 아파서 많이 걷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밥 먹고 나면 30분정도는 앉아있다가 30분 정도는 걸으려고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걷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여기서 저 방까지 들어가는데 5분은 걸린 것 같아요...
진짜 찔끔 찔끔...

제일 맛있었던 코코아...

아침이네요 또코아... 너무 죠아...

와 이건 지금도 생각나는 맛이에요
치킨 커리랑 브리야니인데... 진짜...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콜롬비아 아시아 병원 밥 참 잘하네요ㅠㅠ

이건 진짜 제가 병원에서 웃다가 배가 찢어질 뻔한...
사친하고 대화 하는데 얘가 자꾸 얘기하다가 이모지로 코를 골면서 자는거예요
그래서 왜 자냐고하니까 지금 안잔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아니 니가 보낸 이모지가 잠을 자고 있잖아...? 하니까
저게 우는 건 줄 알았대요ㅠㅠ 아 시 지금 다시 봐도 웃겨 죽겠네
아니 누가 코에서 눈물이 나오냐고요 진짜

이건 생선 반찬과 밥
집에서 생선반찬은 절대 안먹기 때문에
궁금해서 시켜본 메뉴인데요...
너무 맛있어서 남기지 않고 다 먹었어요 ^ㅠ^

저녁 먹고 또 걷기... 3일차였을거예요
머리가 너무 감고 싶어서 참는게 힘들었어요

웃긴 것을 보면 배가 너무 아프기 때문에
최대한 안웃긴 것을 보려고 유튜브에서
온갖 노잼 영상들만 찾아보다 보니까...
유튜브가 갑자기 함수 그래프 영상을 추천해주는거예요
유익하게 봤습니다 합성함수 그래프는 이제 그릴 수 있음...

이제는 파스타에도 도전... 진짜 개맛있었어요...

앗 이건 마지막 간식. 쵹쵹한 크림이 올라간 빵이었는데 넘 맛있었어요...^^ 레이진은 빼고
이 간식까지 먹고 의사샘이 오셔서 퇴원 허가 해주셨습니다ㅋㅋㅋ
퇴원하기 전에 배에서 호스 뽑는데
무슨 장기 뽑아내는 것 마냥ㅎㅎㅎ... 꿀렁 하는 느낌이...ㅎㅎ
막 아프진 않았는데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어요

ㅋㅋㅋㅋ그리고 혼돈의 정산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레이시아 맹장 수술은 입원비까지 토탈 700만원이에요 ^_^ㅋ
회사가 커버해주는 보험료 이상으로 나올 것은 예상했으나
그 오바된 금액이 4천링깃 가량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아픈게 죄라고 생각하며 시원하게 크레딧 카드 긁었습니다...

하 하늘은 맑은데 속은 타들어가네
몸값 겁나 비싼 맹장...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집에 오자마자 먹고 싶었던 것은? 바로 케이크... ^^;
바로 케이크먹고 떡볶이 먹고 된장찌개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이천이십이년 길융파에서 맹장 터진 자리입니다... 구멍이 세개지요...

아무튼 지금은 수술 후 일주일 지났고
내일이면 팔로우업 진료를 위해서 병원에 방문합니다
^_ㅠ
다들 아프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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