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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Daily life/여행 Travel (~2019)

[도보여행] 2014년의 안보순례 1일차, 겁 없이 시작한 민간인통제선을 따라서 걷는 도보여행 아하하

by ☁Silverain☁ 2018. 12. 18.

4년도 더 된 여행기를 이제서야 정리하는 이유는

행정안전부에서 '통일을 여는 길'이라고 DMZ 순례길을 조성한다는 기사를 보고

문득 내가 걸었던 15일의 여행이 너무너무 그립고 생각나길래...


이거... 아무튼

생각해보니 

램블러로 기록하고 페이스북에도 올리고 인스타그램에도 사진 올리면서 신나게 걸었는데

갔다와서 정리한 일은 없는 것 같아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리해봅니다.


2014년 7월부터 8월까지! 젊은 나의 여름을 길바닥에서 보냈던 그 여행


준비과정까지 정리하자면 길고

인턴 하면서 다녔던 그 길고 긴 민통선 최북단 동-서횡단로를

한번 천천히 걸으면서 눈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리고 여름에 짐 싸서 떠났다.


잊지 못할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순순히 보내주신 부모님과 응원해준 친구들, 선배님들 지금까지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일 큰 도움을 주신 서 국장님도 엄청 감사합니다.


~~


당시 경기도인이었던 덕분에, 초반 며칠은 아빠가 차로 픽업해주셨다.

집-도보여행-집-도보여헹-집-도보여행 쭈우욱~ 이렇게


들고 다닌 것이라고는

매일매일 빨아서 갈아입을 등산복, 속옷, 물, 돈, 슬리퍼, 보조배터리 그리고 지도

1:75000지도를 거대하게 인쇄해서

매일 매일 걸어야 할 길을 형광펜으로 표시했다. 

그리고 지나온 길은 신나게 찢어버렸다 하하하


7월 14일, 첫 시작은 임진강역이었다!

아빠가 태워주신 차를 타고 임진강 역에 내려서 신나게 걸었다.


램블러 링크: https://www.ramblr.com/web/mymap/trip/15454/35271/

출발지: 임진강역

도착지: 장남교 남단(두지삼거리)


아 램블러에서 사진 따오느라 화질이 다 엉망이다.

첫 날은 평화누리길을 따라서 걸었다. 8,9코스였나.  

길을 걷다보면 여기저기에 이런 리본이 달려있는데

이 리본을 찾아서 가면 평화누리길 대로 갈 수 있었다.


여기에도 리본


진짜 이거 아 지금봐도 간담이 서늘한데;

걷다가 무심코 옆에 쳐다보니까

저런 모형이 나한테 총을 겨누고 있었다 진짜

개깜짝 놀라가지고 악! 소리질렀는데 다시 보니까 총도 모형이었다.

당시의 나는 9035부대의 만행이라고 적어놨다.



이때부터 시작된 경고문콜렉터의 일상

눈에 보이는게 경고문밖에 없어서

인스타그램에 경고문 시리즈를 올렸었는데

많은 분들이 웃겨했다. 지금보니 나도 웃기네;


크으 (화질구지가 아쉽다)


걷다가 화석정에서 잠깐 휴식

이때부터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왜 찍었을까


또 경고문...


잠깐 헤메면서 찍은 사진

설마 여기로 가라는거야? 했는데 맞았다.


멀리 보이는 경고문


드디어 발견한 화장실!

관공서는 좋은 화장실입니다!


개운하게 다시 걷기

7월의 햇빛은 너무 뜨거웠다

아침에 걷기 시작했지만 낮이 다가올수록 너무너무너무 뜨거웠다

그리고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이 길은 더 뜨거웠다. 흙을 밟고 싶었다.


눈이 편안한 경고문...

군닝글로리~


왜찍었을까

왠지 뭐가 먹고싶었던 것 같다.


별다른 무리 없이 아빠와 약속한 도착지점까지 왔고

아빠도 시간맞춰서 와주셨다. 집으로 고고씽.


심지어 첫날이라 체력도 빵빵해서 아주 날라다녔다. 

오르막길도 막 팔다리 크게 저어가면서 걸었던 기억이 난다.

내리막길은 심지어 뛰어내려왔다. 어휴; 무릎 생각도 안하고;


걷다가 그늘만 보이면 냅다 땅바탁에 털썩 앉기도 했는데

그러다가 첫 날 어떤 할아버지를 만났다.


그늘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뒤에서 "들어와 왜 땅바닥에서 그래" 해가지고 보니까

할아버지가 좋은 의자에 앉아계셨다. 냉큼 앉았다.


처음 보는 젊은 여자애한테 많은 얘기를 해주셨다. 음료수도 주셨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붙임성이 없어서 그냥 들어드리기만 했는데


얼마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얘기, 지금 옆에 있는 큰 나무들을 젊을 때 심으셨다는 얘기,

고향 이야기, 가족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걱정하시는 이야기를 다 들었다.


내가 이 길을 걷고싶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바로 이런 거였다.

일반인보다 군인이 더 많은 이런 곳에,

군사시설와 맞닿아 있는 곳에 

집과 마을을 꾸리고 살고 있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보고 듣고싶었다.


할아버지를 만났던 걸 생각하니 지금도 가슴이 뛴다.

귀한 시간과 이야기를 나눠주신 할아버지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1일차는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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