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에선 밥도 잘먹고 응아도 잘하던 구름이는, 집으로 오자마자 하루만에 갑자기 설사를 시작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집에 데려오고 바로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외관상 큰 문제가 없으면 어느정도 안정을 취했다가 데려오라는 의사선생님 말에 일단 집에서 구름이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설사가 나아질만 하면 또 시작되고를 반복하다가 일주일만에 결국 병원을 찾았다.
피 뽑아서 검사하고, 귀 검사하고 이것저것 검사를 했다. 병원에서도 순둥순둥하던 구름이는 주사 한번 맞더니 돌변했다. 미친듯이 하악질을하고 의사 선생님한테 위협적인 냥냥펀치를 날리며 캬아아아악 소리를 냈다. 솔직히 무서웠다. 야생의 구름... 아무튼 다행히 처음에 뽑은 피로 항체검사를 했는데, 항체가 조금 있지만 접종을 해야하는 수준이었고 그리고 중성화가 안되어있다고 했다. 개충격... 설마 했는데 정말로 안되어있을줄은...
아, 그리고 구름이는 집에 와서도 택시 안에서 처럼 켁 켁 거리는 기침을 자주 했다. 한번 기침을 시작하면 1분동안 이어지는 심한 기침이었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점점 잦아들긴 했지만 완전히 멎지는 않았다. 의사선생님한테 왜이러는 거냐고 물어보니까 보호소에서 너무 안좋은 공기를 많이 마셔서 그러는 거라고 하셨다. 또 한번 구름이에게 미안해졌다. 이 기침은 집에 온지 10일 정도 지나자 완전히 멈췄다.
병원에 가는 구름. 앞일을 예상한걸까 귀가 조금 날라가고있네
아무튼 바로 중성화를 하고 싶었지만, 설사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하셔서 설사약을 처방받아왔다. 그리고 설사가 멎으면 바로 중성화를 하기로 했다. 일주일 정도 약을 먹여봤는데 설사가 전혀 잡히질 않았다. 결국 나는 배변봉투(;;;)를 만들어서 구름이 응아를 채취(;;;)해서 병원에 가서 세균 검사를 했다. 근데 세균도 없다. 스트레스 때문일까? 정말 이유를 알 수 없는 설사가 거의 한달내 이어지면서 화장실 모래는 배로 들고... 혹시 사료가 문제인걸까 싶어서 2kg짜리 사료를 종류별로 3개나 사봤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중성화를 못하니까 언제 발정이 올지 모르는 걱정... 여튼 너무 혼돈의 시간이었다.
그러다가 며칠 구름이를 데리고 본가에 가게 됐다. (엄마 아빠에게 후에 통보하듯 고양이를 입양했다고 말했고, 당연히 엄마아빠는 구름이도 은동꼬물이처럼 자식 대하듯 해주셨다) 그런데 이게 무엇? 집에서 하던 설사를 본가에서는 안하는 거였다! 집에서 고양이들이 먹는 로얄캐닌 사료가 구름이에게는 설사약이었다. 그 사료를 먹이는 순간 너무 예쁜 똥을 싸는 구름이! 장하다 구름이!
중성화를 하고 와서 꼬질한 상태로 잠자는 구름
중성화를 위해서 다시한번 병원을 방문했다. (참고로 구름이는 목동의 하늬동물의료센터를 다녔다. 중성화 수술을 잘하신다고 소문난 병원이다.) 이날 구름이가 내는 소리에 병원 모든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릴 정도였다. 마치 귀신들린 것처럼 구름이는 우우우웅 키이이익 케에에엑 우아아아앙 끼야아아앙 이상한 소리를 계속 냈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갑옷같은... 걸 착용하셨고... 구름이는 너무 많이 화가 나서 오줌을 쌀 정도였다. 눈물이 또 났다... 구름아 누나가 다 미안해... 아무튼 원장선생님이 구름이를 데리고 안쪽으로 들어가셨고... 수술은 어떻게 됐나보다... 과정은 나는 모르겠다...., 선생님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중성화를 잘 하고 집에 온 구름이. 하늬동물의료센터 중성화수술은 실밥을 뽑으러 또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녹는 실이다. 상처가 잘 아물도록 소독약 열심히 발라주기만 하면 된다. 구름이는 중성화 미션을 끝내고, 동네의 다른 병원에서 2차 접종까지 맞추고 난 뒤 병원 신세를 탈출했다. 병원이 너무너무 싫은 구름이. 아프지만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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